아무런 일없이 평범한 일상으로 조용히 살고있던 제가 지난 유월초
투표날에 귀여운 토끼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 두마리를 데려와
키우게 되었습니다.
아!~ 토끼가 내게 그렇게 벅차게 많은일을 시킬줄은 진정 몰랐어요!
종일토록 생각없이 먹을것만을 보채는 그들을 위해 공원으로 나가서
한시간씩 쭈그리고 앉아서 토끼풀을 뽑아야했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질경이풀도 뜯어야 하고 산행을 다니며 씀바귀와 칡잎새도 따야 하는날이
계속되고,먹이를 주느라 쭈그리고 앉았는일과 청소가 반복되던 어느날 제게
발병이 났습니다.
누구에게도 밝히기가 부끄러운 부분에 병이 난거죠. 그래서 도저히 키우기가
버거워진 나를보고 남편이 누님댁으로 보내자고 하기에 두달남짓 키우던 토끼는
입양을 보내고,
추석이 지난후 월요일 아침에 이틀간을 휴가를 받은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해서 수술을 받았어요.
내가 배정받은 3인실 병실에는 팔십세에 가까운 어머니를 보호자로 한 오십대
노처녀가 나보다는 중증인 치질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하고, 육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분은 대장내시경을 받으려고 입원을 했다는군요.
수술후 하반신의 덜풀린 마취로 고통스러워 잠도 못이루며 누워서 수다스러운
두할머니의 대화를 고스란히 듣고 있어야 했는데,
입구쪽에 자리한 할머니가 " 내가 할머니로 보여요? " 가운데 할머니 왈
" 그럼 할머니 아녜요?!..."
" 나 아직 손자는 없어요! "
" 아니 그래도 얼굴을 보면 알지 할머니가 맞잖아요! "
" 할머니는 맞더라도 아주머니의 할머니는 아니잖아요! 내가 아주머니라 부르는데
내게는 왜 할머니! 할머니! 하는거에요? "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할머니란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려운가봐요. 밤이 되어도 두할머니와 노처녀 아줌마는 여전히 큰소리로
이야기하며 소란스러웠지요. 수술을 앞둔 노처녀와 장을 비워야 검사를 할수있는 두사람은
커다란 통의 식염수와 물을 섞어 마시고 번갈아가며 슬리퍼를 끌며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드네요.랑에게 이렇게 시끄런 상황에선 잠들기 힘들테니 술도 마시고 오라고
언질을 줬더니 병원앞에 나가서 저녁 식사때에 반주를 하고와서 자고 있을때도.
나는 잠을 못이루는 밤이었어요.
더구나 가운데 할머니는 귀여운 외동딸이 화장실에 갈적마다 거드느라 같이가는 통에
슬리퍼를 끄는 소음들을 들으며...나는 이날밤에 졸다가 깨고 도통 잠을 못이루게 되는군요.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친후 퇴원수속을 마치고 병실을 나서려는데 할머니들과 딸은
아저씨가 너무 자상하게 잘 보살펴 준다고 부럽다고 하더군요. ㅎ~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피가 쏟아지는 느낌에 살펴보니 이런 된장!~ 설사를 싸고 말았네!
당황스러워 하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나에게 " 자기 지금 환자인것 잊었어 뛰지마! 다쳐! "
그날은 질질 새는 바람에 종일 화장실에 다니느라 지쳐버리고 다음날은 식이섬유제를
않먹어서 변비로 고생하고 우여곡절을 격으며 그간 등한시 했던 독서도 하고 TV를 보며
회복되는 단계를 지내고 있어요.
그간 컴앞에 의자에 앉을수가 없었으므로 일주간을 제 블에 방문해주신 방문객들의 답글과
답방을 못했어요. 죄송합니다만 이제부터 시간이 되는대로 한분씩 차례로 답글을 드리겠어요.
아울러 앞으로 한달간은 산행을 못하게 된 관계로 랑의 산행기를 올리려고 합니다.
블로거님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고자 말하기도 부끄러운 이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