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서 순발력으로 살아난 남편
세월이 많이 흘러갔어도 잊을 수 없는 17~ 18년 전 어느 여름날에 생겼던
돌발적인 상황인데요,
무덥던 여름날에 강원도 산골짜기에 살고있는 친구의 언니네로 친구를
따라서 우리 부부도 함께 놀러가게 되었어요.
넓은 마당 한 귀퉁이에 수령이 50여년 쯤 된 커다란 엄나무가 있었지요.
닭백숙에 넣어 끓여 먹으려 한다고 엄나무가지를 좀 베어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따라 랑이 나무위로 올라가 낫으로 나무가지를 쳐서 내리고 우리는
봉투에 그걸 담고 자를만큼만 자르고 나무에서 내려와서 옆에있던
다른 나무에 걸어 두었던 모자를 쓰려고 집어드는 순간에 수백마라나 되는
말벌떼들이 공격하려고 떼를지어 몰려나오기 시작합니다.
놀라서 도망가던 랑을 따라 잡으려고 두꺼운 열을 지어 몰려가는
말벌들의 위용이 엄청 대단했어요.
조금 도망가다 안되겠던지 옆에 세워져 있던 싸리비를 급히 집어들어
벌떼를 몰아내려고 필사적으로 휘저어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저와 친구는 할 말을 잊은 채 넋을 잃고 바라보면서
쏘이면 어쩌나 하고 두려움에 떨고 서있었지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너무나 재빠르게 휘젓던 그 모습은... 웃으면 않되지만
약 15분정도나 사정없이 싸리비로 말벌 퇴치를 하려고 휘저어 댔으려나요!
그제서야 말벌떼들이 다른곳으로 이동하고 말았네요. 휴우~
그 많던 숫자의 커다란 말벌들이 저희들 계획대로 한번 쏘아보지도 못한 채로 어디론가로
다 몰려갔습니다.
만일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과연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어리둥절 겁에 질려 그 어떠한
순발력도 발휘 못하고 끔찍하게 물려죽고 말았을거 같네요.
말벌들이 자기들 구역앞에 걸려있는 모자에 베인 땀냄새가 구수하고 좋았는데 그걸
가져가니까 몰려나와 공격하는거 같았어요.
한동안 싸리비로 휘젖고 서있던 그자리에 땅도 엄청 패이고 말았을 정도로 급박한 위험에
닥치니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구사일생하게 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지요.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것을 베풀고 기쁨도 주지만 때로는 방심하면 예기치 않은 불상사를
만나게도 하니 특히 깊은 산속에서는 언제나 조심해야겠습니다.
하다못해 모자 하나도 아무데나 걸어두면 위험한 경우도 있더군요.
그때 함께했던 친했던 그 친구는 그 몇년후에 교통사고로 해서 이세상에 없어요.